먹구름 낀 날의 시작
의학 영어로 'stroke'은 뇌졸중 내지 발작을 뜻한다.
4월 말경 아침에 외신 기사를 쓰면서 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형에게 기사 전문을 보내고는 이 기사에서 stroke을 어떻게 봐야할지 물었다.
헷갈리거나 잘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면 정말 바보가 되기에 항상 질문을 하곤 하는데 형은 내 질문에 "심장발작"쪽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껴 있었는데 그게 복선이었을까.
여성호르몬 대체요법과 관련된 논란
폐경기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우울증을 겪는다. 가끔씩 그 정도가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에스트로겐 등의 여성호르몬이 더이상 분비되지 않으면서 겪는 마음의 병일 것이다.
내가 만들뻔 한 오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폐경기 여성을 위한 치료법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
1976년부터 미국에는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생활이나 경험을 모아서 오랜 기간동안 그 통계치를 연구에 반영하는 '간호사건강연구(NHS, Nurses' Health Study)'라는 연구단체가 있다.
이 연구단체는 오랜시간 호르몬대체요법을 지지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논문을 생산해왔다.
그런데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호르몬 대체요법 중의 하나인 에스트로겐 요법의 위험성이 발표되자 NHS는 한발작 물러선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유방암, 심장병, 폐색전증 등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NIH의 발표에 어느정도 수긍을 한 것.
그러나 NHS는 2002년 이후 다른 질환은 몰라도 에스트로겐 요법이 심장병은 확실히 예방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제가 된 논문
문제가 된 논문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해보면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브리검 여성병원의 연구진이 1976년~2004년 NHS에 참여한 30~55세 12여만명을 조사했더니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Stroke의 확률이 62% 높았다는 것.
자~!! 여기가 중요하다.
만약 stroke를 심장발작으로 번역한다면 이는 정말 톱뉴스 감이다.
에스트로겐 요법을 옹호하는 의사들이 보루로 삼는 NHS의 대규모 연구가 지금까지와의 연구결과와 배치되게 심장병 위험을 확실히 높인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요법의 유용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기에 국내에서도 꽤 비중있는 기사로 다룰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뇌졸중으로 번역한다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이 요법의 부작용을 다시 언급한 논문에 그치고 만다
나의 선택
난.......난......이것을 심장발작이라고 번역하고 말았다.
아침에 이 기사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는 나와 데스크에서는 내용이 건강 뉴스에 올리기는 어중간하다면서 기사유보 상태로 두었는데 이 기사를 읽어본 대표가 이런 기사를 왜 안쓰냐면서 조금 전 이야기한 배경지식을 말해줬다.
만약 처음부터 기사가 유보되지 않았다면...난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 속에 빠졌을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해보면 나는 '다른 일간지 기자들도 이런 특종을 몰라봤구나'라며 피식 마음 속으로 웃으며 서둘러 기사를 완성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이 배경지식을 잘 알고 있는 대표의 마지막 수정작업!!!
타자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평소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시는 대표의 눈에 빛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기사!!
우리 회사는 웹에 기반을 둔 건강포털이기에 기사를 인터넷 상에 올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대표는 이 기사 원문은 제대로 읽은게 맞냐면서 확인을 하고 나는 요약부분만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지만 팩트는 정확하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오보를 낼 뻔하다
대표는 얼굴이 상기된 채 프린트 된 기사를 들고 외쳤다.
"OOO씨 stroke라는 표현밖에 안나오잖아, 심장발작은 어디있는거야?, 이거 기사 안돼, 큰일날 뻔 했네"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 하지만 이 기사 때문에 밤 늦게까지 남아있던 고문, 위원, 디자인팀장, 대표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단순한 실수 같지만 이런 실수는 두 번 할 것이 못된다.
다행히 기사 송고 이전에 이 사실을 알았고, 아침에도 기사유보 상태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기사가 노출되지 않았지만 내가 쓴 기사대로 썼다면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을 것이다
물론 내 기사가 정확했다면.....ㅠ.ㅠ*
p.s.시간이 허락될 때 수술실에 들어갔던 경험도 써야겠다.
아~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코메디 닷컴 기자님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앞으로도 쭈욱 기대하겠습니다.
의학기자 2달하고도 기초지식이 부족해 오보를 낼뻔하셨군요..의학은 정말 어렵고 , 그걸 정확히 기사화해서 보도한다는건 risk 도 크고 힘든일일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일을 의학기자들도 아닌데 단번해 마스터하고 특종을 만드신 기자분들이 있으시니 가서 한수 배우도록하세요..
세계적인 의학석학들도 다루기 어렵고 한국에는 전문가도 거의없는 최고레벨의 난이도를 가진 광우병을 1달만에 마스터 하신분들입니다.
누구냐면~~ 아고라에서 나온 "미국소는 미친소"라는 주장을 사실이라고 바로 검증을 완료해주신 pd수첩기자분들이십니다.
도대체 누가 stroke을 심장발작으로...;;
기사 내기 전에 의사한테 자문 한 번 받으세요.
... 정말 죄송한 일인데, 이게 한국 의료 관련 기사의 실태군요. 어쩐지 수준이...
전문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의학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의학기자를 맡긴다라..
어느 신문 혹은 방송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회사인지 알 것 같숩니다.
전문분야 출신은 잘난체만 하고 어렵게만 쓰던데
축구출신 선수만 해설하나?
쩝...역시 다음에는 폄하 댓글이 많군
전문분야는 전문가라...
처음부터 전문가가 있을턱이 없지..
매너없는 댓글 짜증!
두달만에 의학지식을 뗀다라..먼소리야..
그럼 의사되기 정말 쉽겠구만?
전문분야는 전문가가 맡는다는 것, 근거 없다는 논문이 수도 없이 발표됐는데 ㅉㅉ... 취재의 전문성을 가진 기자가 쓴 과학기사가 취재의 전문성이 부족한 과학자가 쓴 기사보다 더 훌륭하다는 논문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이 기자는 취재의 전문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