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원장의 리셋 클리닉

내가 감수한 ‘간헐적 단식법’이라는 책이 정식 출간에 앞서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원제목은 ‘the fast diet’, 그 내용은 일주일에서 5일은 정상으로 취식하고 2일은 단식, 혹은 절식하는 5:2 다이어트에 대한 것이다. 저자인 마이클 모슬리는 의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방송 프로듀서이다. 그는 2012년 영국 BBC TV 의 대표적인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에서 ‘Eat, Fast and Live Longer’이라는 제목으로 5:2 다이어트가 소개했다.

현재 이 방송은 유트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는데, 방송 초입에 사람들이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한다고 화두를 던진다. 물론 운동은 건강해지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으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운동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이 부분, 배고파하지 말고, 힘들게 운동하지 말라고 하는 나의 다이어트 지론과 같아 반가웠다.(물론 운동을 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며 고강도의 운동을 짧게 시행하는 것이 좋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의 식습관이다.

좋은 식습관이란,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 즉 질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양을 먹느냐도 포함된다. 방송에서는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와 같은 것을 언급하면서 음식 섭취를 일시적으로 줄였다가 나중에 필요한 만큼 다시 늘려주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적 이론을 모두 설명하려면 내용이 길어지므로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하고 오늘은 올바른 단식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핵심은 단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클 모슬리는 직접 다이어트에 돌입하여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효과적이면서 어렵지 않은 단식인 5:2 다이어트에 정착했다. 방송 후 5:2 다이어트는 순식간에 서구권에서 화제가 되었고, 현재 아마존 서적 분야에는 마이클 모슬리의 책 외에도 다수의 5:2 다이어트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다.

박용우 원장이 감수한 간헐적 단식법 책‘간헐적 단식법’ 감수를 맡으면서 나 또한 마이클 모슬리처럼 직접 간헐적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 1일1식이 건강을 해치고 오히려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바로 앞서 말했으면서 본인은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SBS 방송을 통해 1일1식과 간헐적 단식이 함께 회자되면서 이 두 가지 다이어트 방식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1일1식은 매일을 하루에 1끼를 먹는 극단적인 절식으로 장기적인 단식과 흡사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은 이름 그대로 가끔 하는, 적절한 방식의 절식이다.

일주일 중 닷새는 먹고 이틀을 굶는다고 간헐적 단식이 아니다. 5일을 폭식하거나 거꾸로 5일마저도 지나치게 절식한다면 건강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 5일은 평소와 비슷한 양으로 먹되 먹는 음식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트랜스지방, 액상과당은 금하고 단순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되, 단백질과 채소는 충분히 먹어도 된다. 2일은 물만 섭취하고 완전히 굶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남성 600칼로리, 여성 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하면서 미량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식을 하는 2일은 연속이어도 되지만 이틀 간의 단식은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하기엔 다소 힘이 부치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수월하다. 일례로 나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을 단식일로 삼았다.

왜 5:2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 그 효과 면에서도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나치게 배고프지도 않고 따로 돈을 들이거나 시간을 더 낼 필요도 없다. 물론 모든 다이어트가 그렇듯 이 역시 비전문가, 의지력이 약한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그룹으로 함께 도전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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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에 접어 든 어머니는 오른쪽 윗배가 늘 불편하였다. 이전과는 달리 쉽게 증상이 가라앉지를 않고 갈비뼈 아래로 뭔가 묵직하게 만져지는 것도 같았다. 가까운 의원에 갔더니 초음파 검사를 권한다. 초음파 결과 간 경변이 꽤 진행되어 간에 결절들이 많이 생겼노라고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 검사를 하자고 한다. 몇 가지 피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오래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으며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여 결국 만성 간염을 거쳐서 간 경변으로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 경변은 관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다.

덜컥 겁이 난 어머니는 지켜보자는 의사의 권유를 뒤로 하고 큰 병원을 찾았다. 영상 촬영을 비롯한 정밀 검사가 시행되었다. 진행된 간암이라고 한다. 암 덩어리가 크기도 하지만 간의 주요 혈관 중 하나인 문맥까지 이미 침범한 상태라서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주일 전 방문했던 다른 병원에서는 간경변증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 짧은 시간에 암으로, 더구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 담당의사는 가족 관계까지 물으면서, 가능하면 자녀들도 함께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분노와 함께 불신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간암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주요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이다. B, C형이 원인 바이러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연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간암의 주원인이다. 음식물을 통하여 전염되는 A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B형은 혈액 등 주로 체액을 통하여 감염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B형 바이러스 감염은 거의 대부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비롯된다. 임신 말기에서 출생하는 과정 사이에 어머니의 혈액을 통하여 감염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 B형 간염, 간경변증, 간암은 가족 한사람이 환자로 진단되면서 줄줄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로 인한 간경변증, 간암을 처음 진단받게 되는 환자에게 가족도 검사하시라고 하는 것은 이런 배경이 숨어 있다. 이제는 국가 정책적으로 B형 간염 백신 주사를 유아기 때에 시행하므로 이러한 슬픈 일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간암은 영상 촬영에서 종종 주변 간과 흡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 촬영은 방사선 피폭이 없는 안전한 검사라서 장점이 크지만 이같은 경우 놓치기 쉽고 특히 매우 주관적인 검사여서 사진 결과는 검사자 본인이외 제3자가 판독하기가 쉽지 않다. 컴퓨터 단층촬영도 조영제를 주입한 후 타이밍을 잘 잡아서 촬영하고 또 경험이 풍부한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정확한 영상 검사는 자기공명영상 검사(일명 MRI라고 한다)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고비용 검사라서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먼저 하고 나서도 애매한 경우에 하게 되고 영상 검사의 촬영 횟수나 목적에 대해서 보험적용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검사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촬영을 먼저 하고 여기서 분명한 진단이 나오면 모르되 애매하면 추가로 자기공명영상 검사까지 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검사에 쓰이는 의료비용이 늘게 된다. 비용을 염려해서 일차적인 검사만 하고 추가 검사 없이 두고 보면 질병의 진행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모든 사람을 정밀 검사까지 한다면 정확한 진단율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 보건 측면에서 보면 보건 비용 지출이 과다하게 된다. 우리나라 같이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대부분의 검사가 보험에 적용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보험 재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같이 온 아들도 B형 간염 바이러스 간염에, 이미 간암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삼십대 중반에 인물도 좋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장래가 촉망받는, 어머니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아들! 아들의 병은 어머니보다 더 진행되어 있었다. 수년전부터 만성적인 피곤함을 느껴왔지만 업무상 자주 밤샘해야 하는 탓에 그러려니 하고 무시했던 것이 병을 키운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으로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허물어지는 듯한 약한 모습은 잠시였다. 아들과 함께 항암 약물-방사선 복합치료의 과정을 열심히 감당하였다.

간암이 진행되어 주요 혈관을 침범하게 되면 예상되는 경과가 매우 나쁘다. 생존 기간이 평균적으로 4~6개월정도에 불과하다. 간암은 기존의 항암약물치료 효과가 미흡하여, 국제적으로도 간암 전문가들의 치료 권고안에 따르면 1차적으로 분자표적치료제를 쓰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안이 무색하리만큼 성과는 매우 초라하다. 생존기간 고작 1개월 정도 연장되는 수준이다. 부작용도 꽤 있는 치료인데 고비용에다가 성과가 이 정도라니 의사들도 처방은 하지만 내심 큰 기대는 하지 못한다.

국내 간암 전문팀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는 항암약물-방사선 복합치료는 이러한 절망적 상황가운데 탄생하였다. 적용 대상은 암의 확산이 오로지 간에만 국한되어 있어서 치료 범위도 간 만을 표함하는 경우이다. 하복부 피부를 통하여 가느다란 도관을 소동맥으로 삽입하고 이를 대동맥을 경유하여 간동맥까지 진입시킨다. 도관을 통하여 투여되는 항암제는 간에만 집중 투여되고 배설되므로 간에는 고농도로 머물되 타 장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항암제는 일시에 주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결된 주입 장치를 통해 24시간 연속적으로 투여되는데 이는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데 중요한 대목이다. 여기에 종양 부위에만 국한하여 방사선 치료를 한다. 그러면 항암제-방사선이 상호 작용하면서 암치료 효과를 상승시킨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작한 치료가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기존에 4~6개월로 알려져 있던 생존 기간이 2배가 넘는 13개월까지 연장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로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고 암수치도 거의 정상으로 떨어진다. 간이라는 장기는 일부가 제거되거나 기능을 잃게 되면 나머지 부분이 증식하여 기능을 보충하는, 신체 유일한 장기인데 이로 인해 수술이 더욱 유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부위의 종양이 줄어 들면서 방사선을 받지 않은 나머지 부분의 간이 보상적으로 증식을 보이는 것이다. 불을 훔친 죄로 매일 간을 새에게 쪼아 먹히는, 그러면서 새로이 커진 간이 다음 날 또 새에 쪼아 먹히는 징벌을 받았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기억하는가.

어머니의 치료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종양의 크기가 줄고, 종양 수치도 정상 가깝게 줄어들었다. 제일 문제가 되던 혈관을 침범한 부분도 거의 눈에 띠게 줄어들자 간암 클리닉팀의 의사들은 진지한 의논을 시작하였다. 수술적 제거를 해볼 만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머니는 수술 전까지도 완치의 꿈을 주는 수술을 완강히 거부하였다. 자신에 뒤이어 치료를 받은 아들의 경우는 좋아지기는 했어도 수술로 제거를 할 정도는 아니어서, 그런 아들을 보며 살겠다고 먼저 수술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설득을 하였다. 한분이라도 병을 고쳐야 다른 사람 병구완을 할수 있지 않겠냐고, 어머니가 아들을 돌보셔야 하는데, 이것도 하늘의 뜻이 아니겠냐고.

어머니의 치료 결과는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했다. 아들의 경우에도 항암약물-방사선 복합치료 후에 종양 크기도 줄고 암수치도 감소하여서 초기 반응이 양호하였다. 그러나 종양이 혈관을 침범한 정도가 더 심하였던 아들은 수술적 제거를 고려할 대상은 되지 못하였다.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간의 다른 부위로 암 진행을 보이는 아들. 모자간 애타는 정을 나누기에는 치료로 인하여 연장된 1년도 짧았으리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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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베스트셀러인 1일1식. 하루 한 끼 식사가 건강하고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2012년 이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지인들이 나에게 1일1식의 유효성에 대해 물어왔고 답해주면서, 한때 유행(fad diet)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SBS스페셜에서 “끼니 반란”이라는 방송이 나가면서 1일1식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1일3식이 정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1일1식, 과연 문제는 없을까?

한끼에 아무리 푸짐하게 먹는다 해도 포만감으로 인해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영양소들을 충분히 얻기 힘들다. 특히 소변으로 즉시 배출되어 버리는 수용성 비타민과 단백질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단백질은 근육, 피부, 뼈, 머리카락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구성 성분일 뿐 아니라 효소, 호르몬, 항체를 만드는데 쓰이는 등 체내 생리 활성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보통 하루에 권장되는 단백질 양은 몸무게 kg 당 0.8g. 대략 하루에 생선 다섯 토막, 혹은 달걀 7개 정도의 분량이다. 그런데 만약 총에너지 섭취량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면 단백질마저 에너지원으로 써버려 체내 단백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는 평소보다 더 단백질 요구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그 양이 대략 몸무게 kg 당 1.2~1.5g 정도이다. 이걸 한 끼니에 모두 먹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단백질 부족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는 성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의해야 할 일이다.

1일1식은 필연적으로 장시간의 공복, ‘배고픔’을 가져온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렙틴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보내지는 신호이다. 활동은 적어지고 칼로리는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에너지를 적게 공급하는 소식은 분명히 권장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소식과 하루에 1끼를 먹으며 강한 배고픔을 억지로 참는 것은 분명 다르다. 배고픔을 참으면 렙틴수용체가 민감해지면서 신호를 더욱 강하게 보내게 되고 본인의 의지로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워 과식, 폭식으로 이어진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한 ‘위기 상황’이라 판단하여 지방을 더욱 내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체중은 더욱 손쉽게 불어버린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 즉 지방이 분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비축해둔 포도당(글리코겐)을 먼저 쓰고 곧바로 근육에 비축해둔 아미노산을 사용한다. 지방은 글리코겐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의외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잘못된 방법’으로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찔 수도 있는 것이다.

올바른 소식은 1일1식이 아니라 오히려 하루에 4끼를 조금씩 나눠서 먹음으로써 배고픔을 달래주는 식사법이다. 설탕, 액상과당, 트랜스지방은 금하고, 흰쌀이나 흰밀가루와 같이 정제된 탄수화물의 섭취는 적게 한다. 대신 양질의 탄수화물(잡곡밥 등)을 먹고 단백질(기름기없는 살코기), 채소류는 충분히 섭취해도 된다. 배고픈 다이어트는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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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원장의 리셋 클리닉

우리 몸은 나름 합리적이다. 불필요하게 지방을 붙일 이유가 없다. 지방을 많이 붙여놓으면 허리나 무릎관절에 무리가 갈 뿐 아니라 지방조직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혈관과 혈액을 공급해야 하므로 당연히 심장에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이 틈만 나면 부지런히 “일정 수준의” 지방을 붙이려 드는 이유는 뭘까? 바로 생존본능이다.

원시 인류 시절부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조직은 바로 지방조직이었다. 먹거리가 풍요롭지 못하다 보니 기근이 들거나 겨울철에 음식 얻기가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내 몸은 여분의 연료 축적 창고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기근이 왔을 때 끝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몸에 여분의 연료축적 창고를 많이 만들어 놓은 사람이었다. 이런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음식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21세기까지 몸에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안정’을 찾아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이 있다. 체중과 체지방의 세트포인트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게끔 하는 컨트롤러는 체중계 눈금에 관심이 없다. 체형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관심은 오로지 지방을 얼마나 비축해 두어야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가에만 있다.

몸 속 지방조직의 미묘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호르몬의 분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지방이 늘어 렙틴도 늘면 뇌의 시상하부는 배부르다는 신호를 받아들여 덜 먹게 된다. 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은 먹는 것을 줄이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갑상선호르몬과 교감신경을 조절하여 체온이 높아지고 신진대사가 늘어 지방을 줄여나간다. 거꾸로 지방이 줄면 렙틴도 적어진다. 우리 몸은 더 먹고 체온은 낮추고 신진대사는 줄여 지방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비축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전과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인류가 지금처럼 음식의 풍요로움을 누려본 적이 없었다. 뇌는 렙틴 분비량이 부족한 상황에는 익숙하게 반응하지만 렙틴 분비량이 넘쳐나는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타고 돌다가 렙틴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동한다. 마치 열쇠를 자물쇠에 넣어 돌리면 문이 열리는 것과 같다. 비만쥐인 ob/ob mouse는 유전적으로 렙틴 호르몬 생성과 분비에 장애가 있어 비만해졌지만 비만한 사람의 경우는 렙틴 호르몬 수용체에 장애가 있다.

뇌에서 렙틴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한계가 있는데 렙틴이 계속 늘어나니 뇌는 렙틴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이를 ‘렙틴저항성’이라고 한다. 렙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여 렙틴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렙틴이 부족하다고, 즉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게 되면 우리 몸에 계속 지방을 더 붙이게 된다.

즉 비만은 객관적으로는 지방이 넘쳐나도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는 질병이다. 120mmHg를 유지했던 혈압이 180mmHg까지 올라갔을 때 내 의지력만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고 적정 체중을 60kg에서 80kg까지 리셋, 즉 늘려놓았다면 내 의지력만으로는 정상 체중으로 끌고 내려오기 힘들어진다. 이제 과식은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조절기능 이상으로 체지방을 더 쌓아두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인 셈이다. 비만은 의지력 박약이나 자기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뇌하수체 렙틴수용체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 발생하는 질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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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내 친구 제프리(Jeffrey)가 칼럼내용을 구글(google)로 번역해보고 자기 나이를 40대로 써줘서 기분 좋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제1화 칼럼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정하겠다. (나이 오십이 훨씬 넘었음에도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엔지니어로 활약할 수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기술경험이 축적된 엔지니어가 지속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IT 사업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그리 녹록치 않을 듯 하다.

일례로 며칠 전 세계최대규모의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이 성과를 냈는데도 센터를 폐쇄한다는 소식을 한 기사를 통해서 접했다. 비용이 수백억, 임상대상자가 수천 명에 달해 시범사업 출범부터 관심 있게 바라봤는데 안타깝고 허망하고 화가 난다! 그 기사에서는 의료법개정안 지연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은 다르다. 국립대의 某 교수는 시범사업 개발 초기부터 의료법을 배제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을 할 근거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유비케어의 K연구원은 “의료법만 해결되면 정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할까?“라며 SNS에 의견을 피력했다. (K 연구원은 필자와 오랫동안 헬스IT 산업에 대한 교감을 해온 사이로 추후 자세한 내용을 실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청년기를 유헬스 연구개발사업에 몸담으면서 기술구성도의 밑그림을 그린바 있다(아래 그림). 건강의료 소비자와 공급자와의 연결, 데이터 보관, 의사결정지원 시스템(DSS) 등 IT 관점에서 주요 요소기술을 정의하였다. 현재 감각으로 풀어 쓴다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제공이 될 것이다(즉, 그림 가운데 박스를 으로 바꾸면 되겠다!)



그러나 당시 소비자가 원하는 유헬스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고, 또 소비자 요구 도출이 쉽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때가 5년 전이었다. 기술개발 관점에서 5년은 엄청난 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일례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지 채 2년이 안되었는데 지금은 데스크톱 PC의 프로세서 사양을 따라잡을 기세다(집에서 딸이 쓰는 PC 보다 내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용량이나 속도 모두 훨씬 낫다!). 즉 어~하는 순간에 이미 기술은 나와 있으며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헬스 기술은 다른 측면이 있는 듯하다. 유헬스에서 꿈꾸는 무구속, 무자각 생체신호의 취득과 신호분석을 통한 의사결정의 신뢰성을 확신하기까지는 아직까지도 난제로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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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에게 굳이 그런 기술중심의 서비스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집을 나서면 바로 병의원, 보건소, 헬스센터 등이 있는데…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의 필연적 결과를 바로 이런 관점을 함께 고려해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한다. 그간 숱하게 이루어진 유헬스 연구개발과 시범사업에서 “내가 낸 세금이 또 허투루 쓰였구나” 하는 비판을 감수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살리고 진정 소비자 중심 서비스로 환골탈태한다면 수 년 내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헬스IT 빅뱅시대에 조벌자산(兆단위의 자산)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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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조류 일종, 온천이나 폐광에서 번성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외계생물은 높은 온도와 강한 독성물질에도 끄떡없이 살아남는다. 현실 세계에도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극한미생물’이 존재한다. 대표적 예가 물속에 사는 홍조류(紅藻類)의 일종인 갈디에리아(Galdieria sulphuraria)다. 조류(藻類)란 구조가 간단한 수생식물을, 홍조류란 김이나 우뭇가사리처럼 붉은색을 띤 종을 말한다.

갈디에리아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뜨거운 온천 속에 산다. 여기서는 햇빛의 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으로 당분을 만들어낸다. 오래된 광산의 캄캄한 갱도 속 배수로에도 산다. 이때는 박테리아를 먹이로 삼는다. 배터리 용액처럼 부식성이 강하고 비소와 중금속이 고농도로 포함된 물속에서 번성한다. 이 단세포 생물은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탄력성과 회복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미국 오클라호마대와 독일 하인리히하이네대의 공동연구팀이 지난 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내용을 보자. 그 핵심은 선조에게 물려받지 않은 유전자, 다시 말해 다른 종에서 훔치거나 빌려온 유전자에 있었다. 원래 이 같은 ‘수평적 유전자 이동’은 박테리아, 즉 세균의 전매특허인데 이번에 홍조류에게서도 확인된 것이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자가 ‘수직’으로 이동하는 것과 대비된다. 박테리아, 즉 세균은 이런 방식을 통해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항생제 내성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진핵생물이 유전자 수평이동으로 극한 환경에 적응한 사례는 이것이 처음이다.

고열을 견디는 능력은 게놈 내에 수백 벌의 복사본 형태로 존재하는 유전자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는 수백만 년 전 고세균에서 훔쳐온 단 하나의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은이나 비소 같은 독극물의 해를 입지 않고 단백질과 효소를 운반하는 능력은 박테리아에게서 슬쩍한 유전자 덕분이다.

고농도의 염분을 견디는 능력, 엄청나게 다양한 대상을 먹이로 이용하는 능력은 자신과 동일한 극한 환경에 거주하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복사한 것이다. “이웃이 이미 개발한 것을 복사해올 수 있는데 바퀴를 새로 발명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갈디에리아는 박테리아나 고세균과 달리 세포 내에 핵을 둘러싼 핵막이 있는 진핵생물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생물은 다른 종의 유전자를 베껴올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갈디에리아는 생명공학 기술의 꿈을 실현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여러 종의 각기 다른 생물에게서 흥미로운 능력을 지닌 유전자를 가져온 뒤 이를 통합해 제대로 기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독특한 능력과 적응력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단세포 생물이 이미 이룩한 결과를 따라잡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폐기물에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특정 조류(藻類)에 독극물 내성 단백질을 만드는 갈디에리아의 유전자를 이식하는 것도 그런 분야의 하나다. 무엇보다 이 단세포 생물이 어떻게 해서 세균과 고세균의 유전자를 훔쳐올 수 있었는지도 우선적인 연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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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 편집주간•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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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원장의 리셋 클리닉

학자들은 비만해지게끔 유전자조작을 한 쥐(ob/ob mouse 라고 한다. ob는 비만인 obesity의 약자이고 소문자로 쓴 건 열성유전자임을 의미)를 이용하여 비만연구를 해왔다. ob/ob mouse는 같은 형제 쥐에 비해 체중이 4배나 더 무겁다. 항상 배고파하고 먹는 것을 멈출 줄 몰라 체지방이 끊임없이 쌓인다. 인슐린과 코티솔 수치는 높고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낮다. 체온이 낮아 신진대사가 떨어져 있고 생식기능은 거의 없으며 결국 당뇨병이나 심장병으로 일찍 죽는다.

과학자들은 ob/ob mouse의 경우 뇌 시상하부에 포만감을 자극하는 인자(호르몬)가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70년대에 미국의 더그 콜맨 박사는 조금 엽기적인 실험을 했다. 비만쥐인 ob/ob mouse와 일반쥐의 혈관을 수술로 접합하여 마치 샴쌍둥이처럼 혈액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ob/ob mouse의 체중이 줄어든 것이다. 비만쥐에서는 없지만 정상 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혈관을 통해 들어와 비만쥐에서 작동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물질을 ob protein이라 불렀다.

1994년, 드디어 미국 록펠러 대학의 제프리 프리드먼이 이 물질을 규명하고 그리스어로 날씬하다는 뜻인 leptos에서 따와 렙틴(leptin)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는 호르몬인 렙틴은 이제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만들 수도 있다. ob/ob mouse에는 렙틴 호르몬이 결핍되어 있었고, 이 비만쥐에 렙틴을 주입하자 체중과 체지방이 빠졌다. 렙틴은 체중과 체지방을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지방조직도 단순히 에너지 저장창고가 아니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렙틴은 체중조절의 컨트롤러인 뇌와 체내 지방조직 사이에 긴밀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음식 섭취가 부족해지면 지방조직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지방량이 줄어들고 따라서 렙틴 분비량도 감소한다. 그러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이 신호를 받아들여 신진대사 속도를 떨어뜨리고 식욕을 더 높인다. 초근목피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식사량이 늘어 체내 지방량이 더 많아지면 렙틴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신진대사 속도가 항진되고 식욕이 감소한다.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배고픈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독감에 걸려 체중이 2~3킬로 빠져도 2주 이내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고 휴가철에 여행가서 잘 먹고 2~3 킬로가 늘어서 와도 며칠 안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건 바로 렙틴호르몬이 똑똑하게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렙틴호르몬이 발견되었을 때 학자들은 흥분했다. 이제 비만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던 것이다. 체중조절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바로 배고픔을 참는 것이다. 렙틴만 주입한다면 배고프지 않고 쉽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비만인 사람들에게 렙틴이 효과를 발휘한 경우는 5~10%에 불과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뚱뚱한 사람들은 렙틴이 부족해서일꺼라 생각했는데, 왠걸 뚱뚱할수록 렙틴이 더 많았다. 렙틴호르몬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것이므로 당연한 결과다.

이 시점에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이 이렇게 정교한 조절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비만’이라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렙틴 분비량이 많아지면 식욕이 없어져야 하고 따라서 체중이 줄어야 한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들은 렙틴 수치가 정상보다 더 높은데다 렙틴을 주입해도 체중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을 “렙틴저항성”이라고 한다. 렙틴호르몬과 수용체의 작동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렙틴호르몬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생존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었다. 굶어서 지방량이 줄어들면 어떻게든 지방의 형태로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 굶주림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단돈 1천원만 있어도 먹을 것을 사먹을 수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음에도 렙틴호르몬은 본능적으로 지방을 축적해두는 것이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기아상태에 대비해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유전자와 환경의 부조화가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우리 몸의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회로는 엉킨 실타래처럼 점점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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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InsighT 칼럼을 시작하며

코메디닷컴 칼럼 | 2013/03/13 18:15
Posted by kormedian

 

 

미국 서북부 몬태나주에 인구 10만명도 채 안 되는 미줄라(Missoula)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강원도 산골 동네 정도 되는 곳이다.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 브레드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이 됐을 만큼 아늑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10여 년 전, 바로 이곳에 팀원을 이끌고 출장을 왔었다. 미국 IT회사와 손잡고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흔한 추세가 됐지만, 클라우드(웹) 기반으로 EMR을 개발해 미국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프로젝트는 (S/W 성공률의 법칙에 부응하여?) 중단됐지만, 美오바마 정부의 EMR 보급정책이 나올 때까지 버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필자가 코메디닷컴에 헬스IT를 중심으로 건강의료산업의 트렌드와 실상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제일 먼저 연락을 취한 사람이 당시 함께 팀을 이루었던 제프리(Jeffrey Heng)라는 친구다. 싱가폴이 고향인 화교계 미국인으로 실력도 뛰어나지만 성품이 워낙 좋아 그 프로젝트 이후로도 계속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Axiom IT Solutions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나이 마흔이 훨씬 넘었음에도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며칠 전 Skype 메신저로 연락해보니 넷째 아들이 태어나 출산휴가 중이라 한다(헉, 아들이 넷~~~한국과 미국의 IT 사업환경이 이렇게나 다른가?).



자, 이제 본 칼럼의 배경과 취지 및 구성을 소개하려 한다. 칼럼제목이 [가필드의 헬스 Insight]인데, 가필드는 필자의 별명이자 영문 명함용 이름이다. 미국 프로젝트를 할 때 영문 명함에 Garfield Ahn으로 적었다. 가필드 캐릭터야 워낙 유명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필자의 별명으로 삼은 배경 중에서 건강의학분야와 관계된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한다. 필자는 눈꺼풀이 눈의 절반을 덮는 심한 안검하수를 갖고 태어났다.

KorMedi.com의 의학백과: 안검하수(Ptosis of eyelid)

바로 위의 가필드 캐릭터의 눈과 같다고 보면 된다. 남이 보는 시선이 좀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그다지 불편 없이 살았는데, 군대에 가서 사격훈련을 하면서 이것 또한 장애임을 확실히 알게 됐다. 그리고 ‘장애인의 비애’를 탈출하기 위해 수술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행히 이마근육연결수술이라는 현대의학의 멋진 기술 덕분에 내 눈은 새롭게 태어났다. 장애를 체감하고 수술을 통해 고치는 과정을 통해 ‘안검하수’ 라는 병에 대한 지식이 비로소 확실한 내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IT도 워낙 분야가 방대하고 또한 빨리 발전해서 전공자인 나도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뛰어보고 뒹굴어 본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과 단순히 구글링(인터넷 google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작업)해서 얻는 정보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특히 헬스IT는 IT분야와 건강의학이라는, 전문 과학의 융합분야여서 어느 정도의 폭과 깊이가 없이 접근하면 소위 ‘소설’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게도 이런 점을 필자도 경험한바, 건강의학분야에 대한 공부를 헬스IT業 10년이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그간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이제 남보다 좀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 즉 insight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본 칼럼은 필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겠지만 독자 여러분이 펼치는 연구와 사업을 같이 엮어서 구성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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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임신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남성과 비교해서 비뇨생식기 부분에 해부학적인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래 뱃속(골반강)이 외부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구조입니다. 골반강 내에 존재하는 난소에서 배란된 알이 난관으로 빨려 들어간 뒤에 난관의 팽대부에서 정자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이후 3~4일에 걸쳐서 서서히 자궁 강 내로 이동해 자궁내막에 정상적으로 착상이 이루어져야 성공적인 임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신이라는 대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존재할 수밖에 없는 통로가 불행하게도 질속으로 들어온 외부 병원성 세균들이 자궁강과 나팔관을 거쳐서 여성의 골반강으로 침투할 수 있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합니다.

여성이 아랫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면 응급실 당직의사는 거의 어김없이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냅니다. 물론 자궁 난소 나팔관 등에 생기는 종양이나 자궁외 임신과 관련된 응급 질환도 있겠지만 아무튼 급·만성 골반 내 염증(acute or chronic pelvic inflammatory disease)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저도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시절 야간 당직을 서면서 수없이 응급실에 불려간 것도 대부분 이러한 경우였습니다.

병실 담당 주치의를 하면서 낮에는 외래와 병실, 수술실을 오가며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다니다가 저녁에는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투약 및 처치를 위한 처방을 챠트에 기록하다 보면 밤 12시가 다 됩니다. 그때서야 아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당직실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려면 응급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여성이 아랫배가 아파서 왔는데 골반 내 염증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2번만 불려 나가면 그사이 창문 밖에서는 먼동이 틉니다. 꼬박 날을 샌 것이지요. 그럼 이렇게 날을 샜다고 산부인과 전공의 1년차 주치의를 다음 날 쉬게 해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면 분만실 담당 주치의는 어떠한가요. 여기도 꼬박 날을 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왜 아기들은 밤에만 나오느냐고 하길래 다 이유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만든 시간에 맞추어서 나오는 것이라고요. ㅎ ㅎ

이런 고생 속에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연일 계속되는 응급 환자와 의료사고의 위험성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전문 과목중의 하나가 산부인과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누가 이런 저런 고생하면서 전문의 과정을 밟으려고 하겠습니까. 지금 전국적으로 산부인과를 전문 과정으로 전공하겠다는 의사들이 없어서 해마다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큰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왜 남성들이 아랫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왔을 때 골반 내 염증이라는 병명을 응급실 당직의사는 떠 올리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이러한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남자들은 해부학적으로 여성들처럼 골반강과 바깥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질 입구에서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면 뱃속으로 공기가 들어가지만 남성들은 요도 입구에 공기를 넣으면 방광이 터졌으면 터졌지 절대로 뱃속으로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여성들처럼 외부 세균이 골반 강 내로 침입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성들에게는 골반 내 염증이라는 질환 명을 찾기가 어렵고 여성에게만 유독 골반 내 염증이라는 질환이 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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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고 어머니도 아들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기댈 곳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온갖 허드렛일 해가며 어렵게 아들을 키워 온 그녀는 첫 만남에서부터 그리 낯설지 않았다. 이제는 좀처럼 만나 보기 어려운, 그러나 이전부터 우리가 듣고 익숙해져버린 고전적인 의미의 우리네 어머니들! 자식의 장래를 위한 염려와 헌신이 스스로의 삶의 전부인 것 같은 그런 모습 말이다.

이미 췌장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수술로 제거를 해야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 어머니의 병은 이미 수술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 있었다. 차선책이라고 하여 전문 의사가 권하는 대로 항암 화학 요법-방사선 치료의 병용 치료를 받았다. 치료 성과를 평가한 결과, 영상 검사에서 더 이상 병의 진행은 없으나 그렇다고 눈에 띠는 수준의 변화를 보이지도 않았다. 더 지켜보잔다. 수술이 완치의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은 내로라하는 췌장 수술 명의들을 찾아 나선다. 한결같은 답, “더 이상 방도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아들은 이제 다른 방면으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은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더 좋게 하는 치료는 어디서 누가 하는지. 아들은 이전에 방송에 나왔던 췌장암 치료 성과에 대한 보도를 접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그의 이야기였다. 절망에 익숙해질 법도 하련만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아들의 질문,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

췌장암은 진단이 퍽 까다로운 병이다. 췌장이라는 장기가 위나 간에 비해 일반인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장기인데 암증상도 애매해서 위/십이지장의 염증이나 궤양과도 흡사하게 명치 아래가 무겁고 속 쓰리듯 아프거나 소화 불량 정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했을 때,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는 대뜸 위/십이지장의 질병을 의심한다. 사실 한국인 대부분에서는 위/십이지장 내시경을 하면 경증 이상의 염증이 흔히 발견되므로 의사는 “아, 위에 염증이 있네요, 이 약 드시면 먹으면 좋아지실 겁니다” 하고 웃으면서 염증이나 궤양을 치료하는 복용약을 처방해주기가 쉽다. 의학의 기본 접근 자세가 흔한 질병부터 의심하고 보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술이 가능한 조기 단계의 췌장암이 발견 되려면 이 시기에도 췌장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 또는 컴퓨터 단층 촬영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췌장이 위치하고 있는 상복부는 매우 복잡하다. 췌장 바로 앞에는 위장이, 옆과 아래로는 십이지장이 갈고리 모양으로 췌장을 에워싸고 있다. 이 부위에 중요한 혈관들이 지나가는데, 암이 진행되면 주요 혈관을 침범하게 되고 완치로 갈 수 있게 하는 근치적 절제 수술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암의 크기가 기껏 2cm내외로 작은데도 불구하고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수술의 차선책으로 항암 화학 요법-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췌장 주변의 복잡한 구조는 또 한 번 장애물이 된다. 암을 제대로 치료할 만큼 방사선을 투여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신체 장기 중에서 방사선에 민감한 것으로 유명한 위장과 십이지장이 종양에 밀착되어 있는 구조인 것이다. 더구나 병용 치료하게 되는 항암 화학 요법은 암치료 효과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 역시 상승시킨다! 이 부작용이라는 것이 일단 생기면 정말 괴롭다. 궤양이 광범위하게 생겨서 계속 출혈이 되는데 오랜 항암 화학 요법을 받은 암환자는 일반인과 달리 지혈도 쉽게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췌장암은 ‘난치성 암’으로 소문난, 암 전문가에게조차도 절망적인 질병이었다. 게다가 치료하고 난 후 췌장암 자체가 그럭저럭 안정세로 유지된다 싶으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곧 간으로 암의 전이가 일어난다.

어머니의 검사 사진을 보고 의사는 한참을 고심한다. 여기 오기까지 어머니를 치료했던 다른 의사는 항암 화학 요법-방사선 치료의 복합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을 염려해서인지 방사선 조사량을 다소 적게 투여하였던 것 같아 보인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치료할 만한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때는 정밀 방사선 치료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안전한 범위 한도를 넘어서서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정밀 치료라고 해도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의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상황, 즉 위험 부담 무릅쓰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서 환자 측으로부터 원망을 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기로 하고 동의를 구한다.

어머니와 아들은 의사가 제안한 그 작은 희망의 끈에 매달렸다. 정밀 치료의 설계과정은 처음 받았던 방사선 치료의 경우보다 시간도 더 걸렸고 여러 차례의 확인 과정이 뒤따랐기에 시작이 늦어지는 데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항암 화학 요법과 병행하는 추가 방사선 치료과정이 3주간 시행되는 동안 내내 긴장해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몰랐다. 이제 평가의 시간, 종양 수치와 종양 크기에 미약하나마 변화가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1개월이 지나자 더욱 분명해져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혈관 침범 부위가 수술로 떼어내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 위축을 보이게 까지 되었다. 근치적 암 절제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진찰실을 방문한 어머니와 아들, 아무 말도 잇지 못한다. 그냥 눈에 눈물만 그렁그렁하다. 감동의 순간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 손을 잡은 아들은 그저 눈물만 흘린다. 이 순간까지 오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었던가. 절망적인 암을 전문 분야로 하는 의사들에게 최고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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